구리가 만든 신비한 청색, "파라이바 전기석"

?파라이바 전기석

전기석 중 가장 가치가 높은 청색의 파라이바 전기석(Paraiba tourmaline)은 한 집념의 보석 사낭꾼 바르보사(H.D. Barbosa)에 의하여 1989년에 발견되었다. 그는 8년간 브라질 파라이바 지역 언덕에서 이미 폐기된 광산을 파헤치는 괴짜같은 노력 끝에 그 돌을 발견하였다.

바르보사는 이미 알려진 보석과는 다른 보석이 어디엔가 있을 것이라는 조금은 엉뚱한 신념을 가졌던 그는, 다른 보석 사냥꾼들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어찌 보면 허무맹랑한 것 같은 신념으로 1981년 파라이바의 한 언덕배기에서 땅속을 파 들어갔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견한 것과는 다른 보석을 찾기는커녕 이미 세상에 알려진 보석의 흔적조차도 찾지 못하였다.

그렇게 집념 어린 5년 반의 세월을 보낸 후 전기석의 흔적을 발견하기 시작하였다. 8년여의 노력을 기울여 파 들어간 그의 갱도에서 드디어 아주 훌륭한 전기석이 발견되었다.

 갱도 밖으로 꺼낸 전기석이 발하는 광채는 과연 그가 그처럼 꿈꿔왔던 지금까지 알려졌던 전기석과는 전혀 다른 선명하고도 강렬한 청색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당사자인 그는 병마와 싸우느라 그 순간을 현장에서 지켜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돌의 이름은 산출된 브라질의 한적한 지역명을 따 붙여졌다. 돌 속에 들어 있는 소량의 구리(Cu)에 의하여 나타나는 강렬한 청색의 아름다움과 희귀성은 비록 보석계 등단은 늦었지만,

보석계의 중요한 자리를 바로 차지하기에 충분한 요건을 가지고 있는 돌이었다.

일반적으로 망간(Mn), 크롬(Cr), 그리고 바나듐(V)과 같은 발색원소들이 전기석에 들어가 여러 가지 색을 내는데 반하여, 파라이바 전기석은 다른 전기석에서는 발견되지 않던 구리가 들어가 이런 색의 조화를 만들어 냈다.

과학자들은 나중에 구리와 더불어 구리보다는 더 작은 양으로 들어간 망간이 함께 만든 색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구리의 함유량이 높아질수록 더욱 생생한 청색을 띤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냈다.

이런 청색은 다른 전기석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색깔이었기 때문에, 보석업계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이 즉각 나타났다.

이 보석이 발견된 직후 5년간 길이 400m, 폭 200m 그리고 높이 60m인 파라이바의 작은 언덕은 보석 사냥꾼들이

벌집처럼 파낸 채광 구덩이에 의해 납작하게 주저 앉아버렸다고 한다.

이곳에서 산출되는 파라이바 전기석은 항상 매우 작은 결정으로만 발견되었으며, 수 캐럿 이상의 크기로 산출되는 경우는 매우 희귀하였다. 드물게 발견되는 다소 큰 결정은 의례 깨진 채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희귀성은 파라이바산의 돌 가격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양질의 파라이바는 다이아몬드보다 가격이 훨씬 더 높았지만, 여기서 이 돌이 채진되면서 보석계에서 갑작스러운 등장만큼 빠르게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2001년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2003년 모잠비크에서 브라질의 파라이바와 화학적으로는 구분이 힘든 구리를 함유한, 청색의 전기석이 산출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돌은 녹색이 도는 청색으로 브라질의 것과는 차이가 있었지만 이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사실 아프리카에서 산출되는 파라이바는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열처리를 해서 색을 증진시킨 것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독특한 색을 가지고 있어 보석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기에 손색이 없었다.

파라이바를 산출하는 아프리카의 이 지역은 지금으로부터 2억 년 이전의 지질시대에 대륙이 한 덩어리로

초대륙(곤드와나 대륙)을 이루고 있을 때, 브라질의 파라이바와 인접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이런 돌이 산출되는 동일한 지질학적 조건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자연은 애써 이런 사실을 숨기려 들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뒤늦게야 알아차린 것이다. 최근에서야 지판이 움직인다는 정립된 이론인 판구조론이 보석탐사에 활용된 한 가지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