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광산에서 나온 "맬러카이트"

구리광산의 지표 근처에 2차적으로 생성된 맬러카이트 집합체

이들은 대상 혹은 동심원상으로 미세한 담녹색, 녹색, 암녹색 결정에 의해 집합체로 산출된다.

전 세계에는 수많은 구리광산이 있다. 구리(Cu)는 우리 문명세계를 위해 필수적인 금속광물자원 중의 하나이다. 구리광산에서 광석을 이루는 광물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중에 하나가 맬러카이트(Malachite)이다. 우리말로는 공작석(孔雀石)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석 업계에서는 맬러카이트란 이름으로 통용된다.

맬러카이트는 구리광산에서 광석광물이 만들어질 때 생성되는 1차 광물은 아니며, 광산의 상부에 해당되는 곳에서 풍화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2차 광물이다. 이의 화학조성은 Cu₂(CO₃)(OH)₂로 탄산염계열의 광물이다. 바로 지표에서 지하로 스며드는 물에 의해 용해된 탄산과 구리가 침전에 적합한 화학적인 조건을 가진 곳에 이르면서 만들어지는 결정이 바로 맬러카이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리광산의 깊이가 증가할수록 이런 맬러카이트의 산출은 점점 줄어들고, 구리광산이 있다고 바로 이런 아름다움을 가진 맬러카이트가 모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 돌은 불투명광물로 색의 현란함 때문이 아니라 결정으로 성장될 때 만들어지는 띠 때문에 보석 또는 장식용 석재로 사용되는 광물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잔잔한 녹색이 주는 질감은 다른 보석에서 볼 수 없는 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히 아름답다.

이 광물은 기원전 3천 년 전 이집트에서는 부적으로 또는 파라오의 보석이나 귀족들의 눈 화장용으로 사용된 기록도 가지고 있다. 아이섀도우처럼 눈가에 바른 맬러카이트는 사막에 비추는 강렬한 햇빛을 차단시켜 주는 선글라스의 역할도 겸하였을 것이다. 오늘날 운동선수들이 눈가에 붙이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의 테이프보다는 훨씬 격이 높았음을 상상할 수 있다.

오래된 불교 회화에서 석가모니의 후광으로 처리되는 색 또한 이 맬러카이트로 만든 녹색이었다. 그렇지만 이 돌로부터 만든 녹색 물감은 세월과 함께 퇴색되는 게 흠이었다. 녹색은 이 광물을 구성하고 있는 구리가 만든 색이다. 침전되는 맬러카이트 결정은 아주 미립으로, 이들 집합체는 아주 치밀한 조직을 갖는 괴상으로 산출된다. 녹색, 담녹색, 암녹색이 만든 띠들은 가공하기에 따라 동심원상으로 혹은 겹겹이 배열된 층상으로 세공되어 사용된다.

맬러카이트는 세계 여러 곳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 광물이지만, 보석 내지는 준보석용 맬러카이트의 산출지는 역시 자이레와 짐바브웨이다. 이들 나라가 주요 맬러카이트 산출지라는 점은 지질학자들에게는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큰 잠비안카퍼벨트(Zambian cupper belt)란 동광화대의 중심에 해당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세계 구리 생산의 중심지이기도 한 이곳은 오랜 풍화작용을 거치면서 광화대의 상부에 보석용 품질을 갖는 맬러카이트를 준비해 두었다.

러시아도 좋은 품질의 맬러카이트를 산출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흔적을 오늘날에도 쉽게 볼 수 있다. 세인트 피터스버그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의례히 들리는 여름궁전에 가면 맬러카이트로 만들어진 테이블과 그리스풍의 손잡이가 달린 항아리 장식품 등, 황제의 사랑을 받던 여러 가지 공예품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성 이삭 성당에 가면 성상을 모신 자리를 장식한 아름다운 맬러카이트를 볼 수 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이 돌의 아름다움은 버려두지 않았다.

로마 시대의 박물학자 대 플리니우스는 어떤 근거인지는 모르지만 맬러카이트는 악령을 쫓아내는 훌륭한 색이라고 찬사를 늘어놓았다. 또한 18세기까지 독일에서는 이 돌을 ‘무서운 돌’이라고 부르며, 악마를 겁주는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 돌을 보석으로 착용하는 이들이 악마를 쫓고 싶은 마음에 그런 의미를 부여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