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의 향연, 스펙트롤라이트
월장석은 장석 중 정장석 내에 발달하는 사장석의 용리엽에 의해 만들어진, 오묘하면서도 은은한 색채의 변화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보석이다. 그러나 장석류 중 사장석으로 구성된 이 돌은 사장석 자체의 용리엽 때문에 만들어진 화려한 색채의 향연이 이를 보석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만들어지는 과정은 월장석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어떤 광물들은 고온에서는 두 물질이 결정구조의 변화 없이 잘 섞여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런 현상을 지질학자들은 고용체를 이룬다고 한다. 바로 사장석이 그런 광물 중의 하나이다.
화학적으로는 칼슘(Ca)이 우세한 광물과 나트륨(Na)이 우세한 광물이 결정구조의 변화없이 이 두 조성이 임의의 비로 결정구조 내에 자리하게 된다. 바로 앨바이트와 애노르사이트의 중간 조성을 갖는 광물을 래브라도라이트라고 하는데, 이 성분들은 결정성장 시 온도가 내려가면서 둘이 분리되어 용리엽을 만들게 된다. 이 두 광물이 미세한 섬유상으로 규칙적으로 배열되면 빛을 회절시켜 색을 내게 된다.
이 어두운 바탕에서 무지개빛 현란한 다양한 색채의 향연을 보이는 돌을 바로 스펙트롤라이트(Spectrolite)라고 하며, 보석광물로 사용한다. 이런 색채를 띠는 현상을 훈색(暈色) 또는 쉴러라고 부른다. 어떤 보석광물의 이름처럼 스펙트롤라이트 역시 보석업계에서만 통용되는 이름이며, 광물학자들은 래브라도라이트(Labradorite)란 이름만 사용한다.
이 돌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핀란드의 남동부 국경지역에서 전차 방어용 진지를 만들기 위해 참호를 만들던 한 젊은이에 의해 우연하게 발견되었다. 게다가 돌을 발견한 이의 아버지는 우연하게도 지질학자였다. 그가 바로 나중에 핀란드 지질조사소의 소장이 된 라이타가리(Aarne Laitakari) 교수였다.
아버지에게 전해진 그 돌은 지질학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 지역의 다른 돌에서는 관찰되지 않은 점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돌의 깨진 면을 따라 범상치 않은 색채를 띠고 있었으며, 그런 성질 때문에 자세하게 연구되었다. 그 돌은 바로 래브라도라이트였다. 이런 아름다운 돌이 사람의 눈길을 피하기는 어려웠겠지만, 히틀러가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은 이 광물의 등장을 촉진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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